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하지 말라.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하지 말라.
by 운영자 2014.04.29
<정운스님>
그대가 직접 도와주어라
시인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류시화씨가 인도에서 겪었던 일을 쓴 글이 있었다(<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열림원). 오래전에 읽은 내용인데,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류시화씨는 인도 히말라야산 한 자락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 구루(Guru, 성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성자는 뭔가 획기적인 가르침인 만트라(Mantra, 종교적 진리)는 알려주지 않고 쓸데없는 일만 시키고 자신은 동굴 안에서 낮잠이나 잤다.
시간이 흘러 열흘 쯤 되자, 류시화씨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고국을 떠나 와서 뭔가 배우려고 히말라야산까지 찾아왔는데, 열흘 동안 배운 것이 없으니 시간낭비만 한 것 같아 구루에 대해 불신감만 커졌다.
그래서 그는 산을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평소에 구루가 아끼는 필수품인 물 항아리를 멀리 던져 산산조각 내버리고, 쏜살같이 도망을 쳐서 산 밑으로 내려와 버스를 탔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기 직전 그 구루가 와서 열린 차창으로 류시화 씨에게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해 주겠다고 하여, 그는 세 가지를 전해 받았다.
필자는 여기까지 읽으면서 뭔가 대단한 가르침일 거라고 기대하고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그랬는데! 너무 단순하고,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구루는 손을 뻗어 류시화씨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첫째 만트라는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너는 평화로울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누가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神)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대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어라.
이 내용을 10년 전 읽을 당시는 구루의 말이 단순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었다. 바로 일상적인 가르침이 인간의 삶에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근래 진도에서 배가 침몰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되었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생명과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내 가족이나 형제, 지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데도 근 열흘 동안 먹는 것도 소홀하고 마음 아파했다.
강의 때 스무 살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는데, 내가 만나는 학생들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부모와 이별할 시간도 없이 차가운 물속에서 삶을 마감했으니, 어느 한국인이 힘들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 이라고 본다.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더 큰데, 국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슬픔을 잊는다는 점에 그들은 힘들어한다고 한다.
인도의 구루가 했던 마지막 말을 상기하자.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누군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구체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나 언론 등 지속적인 반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로 이런 관심은 함께 사는 우리들 삶의 의무라고 본다.
그대가 직접 도와주어라
시인이자 번역가로 유명한 류시화씨가 인도에서 겪었던 일을 쓴 글이 있었다(<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열림원). 오래전에 읽은 내용인데,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류시화씨는 인도 히말라야산 한 자락에서 수행하고 있는 한 구루(Guru, 성자)를 찾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성자는 뭔가 획기적인 가르침인 만트라(Mantra, 종교적 진리)는 알려주지 않고 쓸데없는 일만 시키고 자신은 동굴 안에서 낮잠이나 잤다.
시간이 흘러 열흘 쯤 되자, 류시화씨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고국을 떠나 와서 뭔가 배우려고 히말라야산까지 찾아왔는데, 열흘 동안 배운 것이 없으니 시간낭비만 한 것 같아 구루에 대해 불신감만 커졌다.
그래서 그는 산을 내려가야겠다고 결심하고 평소에 구루가 아끼는 필수품인 물 항아리를 멀리 던져 산산조각 내버리고, 쏜살같이 도망을 쳐서 산 밑으로 내려와 버스를 탔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기 직전 그 구루가 와서 열린 차창으로 류시화 씨에게 세 가지 만트라를 전수해 주겠다고 하여, 그는 세 가지를 전해 받았다.
필자는 여기까지 읽으면서 뭔가 대단한 가르침일 거라고 기대하고 그 다음 문장으로 넘어갔다. 그랬는데! 너무 단순하고,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구루는 손을 뻗어 류시화씨의 머리에 손을 얹고 말했다.
첫째 만트라는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너는 평화로울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누가 그대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神)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그대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어라.
이 내용을 10년 전 읽을 당시는 구루의 말이 단순하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 말들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되어 있었다. 바로 일상적인 가르침이 인간의 삶에 지표가 된다는 점이다.
근래 진도에서 배가 침몰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실종되었다.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의 생명과 어찌 바꿀 수 있겠는가! 내 가족이나 형제, 지인이 이번 사건과 관련 없는 데도 근 열흘 동안 먹는 것도 소홀하고 마음 아파했다.
강의 때 스무 살 초반의 학생들을 만나는데, 내가 만나는 학생들보다 더 어린 친구들이 부모와 이별할 시간도 없이 차가운 물속에서 삶을 마감했으니, 어느 한국인이 힘들어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가족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 이라고 본다. 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도 슬픔이 더 큰데, 국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슬픔을 잊는다는 점에 그들은 힘들어한다고 한다.
인도의 구루가 했던 마지막 말을 상기하자.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누군가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들의 고통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구체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국가적 시스템이나 언론 등 지속적인 반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바로 이런 관심은 함께 사는 우리들 삶의 의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