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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없는 셀렙마케팅

스토리텔링 없는 셀렙마케팅

by 운영자 2014.05.30

가야의 악성(樂聖) 우륵, 임진왜란 패장 신립 장군, 비운의 명성황후, 현존하는 걸출한 인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만났다. 지난 주 언론단체 문화유적 탐방을 통해서다.우륵이 신라에 투항한 뒤 충주에 머물며 가야금을 연주했다하여 붙여진 탄금대(彈琴臺)는 온갖 문화를 백화점 진열대처럼 늘어놓았다.

충혼탑과 팔천고혼 위령탑, 권태응 선생의 감자꽃 노래비와 탄금대사연 노래비, 현대 조각 작품들이 곳곳에 즐비하다.

오래전 들렸을 때 봤던 우륵 동상이 생각나 산책 나온 주민들에게 물었으나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동상은 새로 지은 우륵당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우륵추모비와 팔각정이 들어섰다.

남한강과 달천 합수지점인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목숨을 끊은 신립 장군의 순절비와 순국지지비(殉國之址碑)를 세워 명현(明賢)으로 추켜세우는 것은 미화가 지나치다.

여주 명성황후생가유적지 또한 변해도 너∼무 변했다. 마을 끄트머리에 생가만 덩그렇게 있었는데, 마을이 헐린 자리에 조선시대 민가를 조잡하게 조성해 놓았다. 전통혼례청과 토속음식점, 기념품판매점 등 상업적 시설이다.

마당 전통놀이 체험장은 관광지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투호, 팽이치기, 굴렁쇠 놀이기구가 있을 뿐 특색이 없다. 기념관엔 명성황후 대형 초상화와 친필 간찰첩, 순종의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나 동선이 짧다.

감고당(感古堂)은 숙종의 비 인현왕후 친정집으로 개발에 밀려 서울서 이곳에 옮겨 복원해 놓았다. 민비가 여덟 살 때 상경하여 간택될 때까지 8년간 기거하던 곳이다.

성역으로 조성한지 10년이 채 안 됐는데 균열된 담장이 눈에 띄고 팔각정은 출입이 금지됐다. 유적지 덩치만 늘렸지 관리는 허술하다.

음성군 원남면에 위치한 반기문 총장 생가마을은 첫 방문이다. 5살 때까지 살았다는 생가는 전형적인 초가삼간으로 복원해 놓았다. 담장밖에 정자를 앉히고 연못을 만들어 놨다.

기념관에는 반 총장의 활동사진과 방문자들의 희망쪽지가 빼곡하게 붙어있을 뿐 볼거리는 빈약하다. 생가 옆 ‘반기문 평화랜드’에는 유엔을 상징하는 지구 조형물, 비둘기를 든 반 총장의 전신상, 유엔본부 상징 모형과 유엔탑, 만국기 게양대, 전시벽 등으로 꾸며놓았다.

살아있는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자체 홍보마케팅은 외형이 아니라 내실이다. 지난해는 이 마을에서 3㎞ 떨어진 음성읍 신천리에 ‘유엔 반기문 기념광장’을 별도로 조성했다.

유엔을 상징하는 지구 조형물, 반 총장을 비롯한 역대 유엔 사무총장 흉상 6기, 유엔광장 조형물, 세계화합마당, 반 총장의 연설문·사진·이력 등을 새긴 전시벽 등을 설치해 중복투자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것도 모자라 기념관 확충과 ‘반기문 테마 관광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요란하면 결례다. 역사적 인물이나 지역이 배출한 저명인사를 활용한 셀렙마케팅은 관광객 유치가 목적이다.

외국은 민간차원에서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는 관(官)주도로 예산낭비에 효율성은 떨어진다.

셀렙마케팅을 성공시키려면 지역특성과 인물을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사람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