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여행
비밀 여행
by 운영자 2014.06.19
“선생님, 가슴에 무언가 따뜻하고 애달픈 감정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런 게 생기지 않았네요. 어제는 집에 들어가 밤에 한참 동안 영화를 봤습니다. 애도 자고 애 엄마도 자고, 저 혼자 영화를 보다가 잤습니다.와이프가 생전 안 하던 요리를 아침에 해 주었어요. 뭐 요리랄 거야 아니지만 그래도 고마웠습니다.”
편지를 보내온 제자가 며칠 뒤 비밀 여행을 간다고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혼자 자는, 30대 후반의 사내가 말하는 비밀여행이 궁금해졌습니다.
말이 제자이지 하루 이틀 편지를 주고받은 사이가 아닙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고, 군에 가면서부터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수십 년은 될 겁니다. 서로의 속사정을 얼마간 드러내놓아도 좋을 만큼의 사이입니다.
언젠가 그가 보낸 이메일에는 ‘이 도시에선 자식을 키우고 사는 30대 아빠가 위로받을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비밀 여행을 떠나간 그가 요 며칠 전에 돌아왔습니다. 그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비밀여행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여행을 하고 왔느냐고 물었지요.
이윽고 답이 왔습니다. 내소사 근처에 있는 호젓한 펜션에 친구 세 명과 함께 다녀왔다는 겁니다.
다들 아내 모르게, 출장을 간다거나 회사 일을 핑계 삼아 모였다지요. 그들 모두 비슷한 학번으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그야말로 햇내기 아빠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식 키우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자녀 양육은 오직 ‘와이프 전유물’이 되어버린 현실, 괜히 한 마디 참견했다가는 ‘무식한 아빠’ 소리나 듣는, 자녀 양육에서 소외된 아빠들입니다. 그들이 할 일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 아내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무적의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느라 그들은 자신을 위해 읽을 책 한 권 살 돈 없고, 그 책 읽을 시간마저 없고, 남에게 관심을 가질 여력조차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뭘 위해 살고 있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거지요.
그날, 그들은 펜션에 모여 나이 먹은 주인 부부와 밤늦도록 이야기하고, 그분들의 위로를 받았답니다. 저들끼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느라 꼬박 밤을 새워 이야기했다는 거지요.
아내 몰래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온 그들의 비밀여행이 애달파 보이기도 했지만 나름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기보다 어쩌면 속이고 갔을 때 그들이 경험하게 되는 기쁨은 더 컸을 테지요.
어찌 보면 그들은 가장 위태로운 나이의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자유로운 미혼에서 갑자기 무거운 가족 부양의 짐을 짊어졌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턱없이 적은 보수와 언제 퇴사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도 그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요인일 겁니다.
어떻든 그런 방식의 출구 여행이 참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친구의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이튿날에는 모처럼의 비밀여행을 접고 허겁지겁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네요.
‘아빠’에게는 혼자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미가 있어 가끔은 좌우를 살펴보는 시간도 있어야 하거든요.
편지를 보내온 제자가 며칠 뒤 비밀 여행을 간다고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혼자 자는, 30대 후반의 사내가 말하는 비밀여행이 궁금해졌습니다.
말이 제자이지 하루 이틀 편지를 주고받은 사이가 아닙니다. 그가 대학에 들어가고, 군에 가면서부터 편지를 주고받았으니 수십 년은 될 겁니다. 서로의 속사정을 얼마간 드러내놓아도 좋을 만큼의 사이입니다.
언젠가 그가 보낸 이메일에는 ‘이 도시에선 자식을 키우고 사는 30대 아빠가 위로받을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비밀 여행을 떠나간 그가 요 며칠 전에 돌아왔습니다. 그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비밀여행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여행을 하고 왔느냐고 물었지요.
이윽고 답이 왔습니다. 내소사 근처에 있는 호젓한 펜션에 친구 세 명과 함께 다녀왔다는 겁니다.
다들 아내 모르게, 출장을 간다거나 회사 일을 핑계 삼아 모였다지요. 그들 모두 비슷한 학번으로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그야말로 햇내기 아빠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식 키우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자녀 양육은 오직 ‘와이프 전유물’이 되어버린 현실, 괜히 한 마디 참견했다가는 ‘무식한 아빠’ 소리나 듣는, 자녀 양육에서 소외된 아빠들입니다. 그들이 할 일은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 아내의 복잡 미묘한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무적의 아빠’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느라 그들은 자신을 위해 읽을 책 한 권 살 돈 없고, 그 책 읽을 시간마저 없고, 남에게 관심을 가질 여력조차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뭘 위해 살고 있는지에 관해 항상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거지요.
그날, 그들은 펜션에 모여 나이 먹은 주인 부부와 밤늦도록 이야기하고, 그분들의 위로를 받았답니다. 저들끼리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느라 꼬박 밤을 새워 이야기했다는 거지요.
아내 몰래 멀리 떨어진 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온 그들의 비밀여행이 애달파 보이기도 했지만 나름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기보다 어쩌면 속이고 갔을 때 그들이 경험하게 되는 기쁨은 더 컸을 테지요.
어찌 보면 그들은 가장 위태로운 나이의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자유로운 미혼에서 갑자기 무거운 가족 부양의 짐을 짊어졌으니까요.
그뿐 아니라 턱없이 적은 보수와 언제 퇴사 당할지 모르는 두려움도 그들의 짐을 무겁게 하는 요인일 겁니다.
어떻든 그런 방식의 출구 여행이 참 기특했습니다. 그런데 그들 중 한 친구의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이튿날에는 모처럼의 비밀여행을 접고 허겁지겁 돌아와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네요.
‘아빠’에게는 혼자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남자는 여자와 달리 앞만 보고 달려가는 성미가 있어 가끔은 좌우를 살펴보는 시간도 있어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