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생태탐방로와 만행

생태탐방로와 만행

by 운영자 2014.06.30

생태는 생명체 간의 관계망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각종 생태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덕분에 생태를 복원한 사례를 자주 목격한다.그러나 생태를 오해한 나머지 오히려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생태를 파괴하는 현장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운암지공원의 생태탐방로 건설은 후자에 해당한다.

운암지공원은 북구의 시민들이 아주 즐겨 찾는 명소이다. 이곳은 삼국시대의 팔거산성도 남아 있어서 자연생태가 인문생태와 잘 어우러진 곳이다. 함지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자연의 훼손을 방지하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운암지 공원에 도착하니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현장은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였다. 입구는 오래 전에 공원을 조상하면서 정비했기 때문에 특별히 공사할 이유가 없는 곳이다.

현재 진행 중인 공사는 좁은 길을 데크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곳 공사는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이곳은 데크를 만들지 않아도 얼마든지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북구청 도시관리과가 이곳에 데크를 만드는 이유는 입구의 길이 좁기 때문이다. 그러나 길이 좁다고 해서 반드시 데크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이곳 입구는 쥐똥나무 울타리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흙길이기 때문에 자연생태가 잘 보존된 곳이다. 더욱이 길이 좁아도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다.

지금까지 시민들이 큰 불편 없이 다니고 있다. 그런데 왜 막대한 돈을 들여 공사하는 지 알 수 없다.

건강한 생태는 반드시 불편하다.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면 건강한 생태는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공사는 불편을 편리로 만드는 것이고. 이는 곧 반생태적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실시하는 공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전국 지자체에서는 운암지공원처럼 생태탐방로 건설을 명분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이러한 만행은 생태가 무엇인지 모르는 공무원들의 무지와 몰지각한 시민들 때문이다.

오로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공사는 생태계를 파괴할 뿐이다. 더욱이 생태계의 파괴로 돌아오는 결과는 인간의 불행이다.

전국의 지자체는 운암지공원처럼 생태공원을 만들면서 생태를 파괴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팔공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는 팔거천도 하천 주변에 각종 시설을 만들면서 자연생태를 완전히 파괴했다.

공사로 팔거천에 살고 있던 오리와 여귀는 사라지고 악취만 풍긴다. 주변에 살고 있던 나무들도 많이 사라졌다. 오리와 여귀, 그리고 일부 나무들이 사라진 곳에 인간들을 위한 자전거도로와 체육시설이 들어섰다.

겉으로 보면 그럴듯한 풍경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엉망진창이다.

운암지공원조성과 팔거천 정비에 들인 돈은 엄청나지만 결과는 생태계파괴이다. 인간이 잠깐의 편리를 위해 만든 결과는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생태계 파괴는 순식간에 발생한다.

인간은 수 만년 동안 형성된 자연생태를 한 순간에 파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당당하다. 아무리 이러한 주장을 펼쳐도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이다.

만행의 끝은 결국 인간의 불행을 낳을 것이지만, 어리석은 인간은 그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