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상 끝의 집’서 ‘희망의 둥지’로

‘세상 끝의 집’서 ‘희망의 둥지’로

by 운영자 2014.07.11

“이따가 와∼”.김천교도소 특별 면회실, 할머니는 손자의 어깨를 다독이며 무표정하게 말한다.

“…”.

손자는 아무 말도 못한다. 휠체어에 앉아 떠나는 할머니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조손간의 마지막 만남과 이별 같은 예감이 든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중증 치매에 접어든 할머니는 지난 겨울 빙판에 넘어져 요양시설로 옮겨졌다.

팔순의 나이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손자가 출소할 때까지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손자 김환수(방송서 본인 동의로 실명과 얼굴 공개)는 동네 선배의 협박에 못 이겨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

죄명은 방화치사범. 13년 형을 받아 열여섯 살 ‘세상 끝의 집’에 갇혔다. 4년의 세월이 흘러 스무 살이 됐다. 아직도 9년의 시간이 흘러야 세상 밖으로 나온다. 환수에겐 부모가 없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사업에 실패한 아버지는 환수가 여덟 살 때 스스로 목을 맸다. 그는 아버지의 자살 장면을 봤다고 한다. 환수는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할머니는 아빠이자 엄마이고, 세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할머니와의 연락이 끊겼고 방송사의 주선으로 만났다.

지난 일요일 밤 방송된 KBS 청소년 기획 다큐 ‘세상 끝의 집’은 국내 방송 사상 최초로 ‘소년수들의 24시간’을 앵글에 담아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11월부터 관계 당국의 협조를 받아 밀착 취재한 6부작 첫 회다. 김천소년교도소는 살인·강도 등 중범죄 소년수 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비행 청소년의 교정·교육 기관인 소년원과는 다르다.

멘토 역할로 참여한 배우 정찬과 가수 이지훈은 소년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소년범죄가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검거된 소년범은 모두 10만7452명으로 세종시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이들 가운데 대략 셋 중 둘인 68%는 할아버지·할머니나 한부모 슬하, 고아원에서 자란 결손가정 아이들이다.

대부분 밖으로 나돌며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리다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부모가 있는 경우 훈방된 아이들은 바로 잡힐 가능성이 높지만 결손 가정 아이들은 사정이 다르다.

곁에서 바로 세워줄 보호자가 없어 다시 범죄의 늪에 빠져들면서 다중전과 소년범이 된다.

열아홉 살의 한 소년범은 전과 21범으로 나이보다 전과가 많다.

훈방이나 보호관찰, 기소유예를 받으면 일단 집과 학교로 돌아간다.

훈방의 경우 경찰은 학교에 알리지 않는다. 범죄 사실을 알면 학교는 격리하려든다. 집과 학교에서 소외 받다 보니 다시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이들을 훈방할 때는 가정과 비슷한 공동체 기관을 찾아주는 게 대안이다.

높은 담장 안에 갇혀 세상과 격리된 소년수들은 비록 죄를 지었지만 언젠가 우리 이웃으로 돌아 올 아이들이다.

그들이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교화하고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것은 사회의 몫이다. 죄를 뉘우치는 환수가 ‘세상 끝의 집’을 나와 ‘희망의 둥지’를 틀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