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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와 사진

생태와 사진

by 운영자 2014.07.28

사진은 사실을 담는 것이다. 나는 매년 엄청난 나무를 촬영한다. 한 그루의 나무 사진을 담기 위해서 천리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그러나 나무를 만나러 가다보면 사진작가나 사진동아리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런데 그들 중에는 간혹 멋진 사진을 담기 위해 생명체를 훼손한다.

얼마 전 유명 소나무 작가가 금강송을 찍기 위해 주변의 나무를 죽였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도 사진을 위해 뭇 생명을 죽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소나무를 죽이면서 사진을 담는 작가는 살인자와 같다. 이 세상에 생명을 죽이면서 탄생한 예술작품은 인정받을 수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생명을 죽인 작가는 발을 붙이고 살아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사진작가는 가장 먼저 자신이 왜 사진을 찍는지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의 소나무 전문 사진작가는 오로지 돈을 위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다. 물론 돈을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돈을 벌기 위해 생명을 죽이면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범죄이다. 따라서 문제의 사진작가가 그동안 예술작품으로 찍은 소나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추잡한 작품이다.

나는 생태사진을 추구한다. 생태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가감 없이 찍는 것이다. 예컨대 아주 멋진 소나무 옆에 다른 소나무 혹은 다른 나무들이 있더라도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아주 멋진 소나무는 주변에 살고 있는 존재들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는 결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한 그루의 나무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생태사진이다.

인물 사진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역광을 피한다. 그러나 나는 역광상태에서 촬영한다.

역광 자체가 실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 조작하는 것은 엄격한 의미에서 사진이 아니다.

성형한 얼굴이 진짜 얼굴이 아니듯이, 편집한 사진은 실체를 왜곡한다. 살아 있는 실체를 왜곡한 사진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쉽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카메라는 발달했지만 사람의 수준은 기술과 비례하지 않았다.

특히 예술작품을 찍는 전문가들의 경우 도덕수준은 예술과 거리가 멀다. 소위 예술 작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는 예술을 모독하는 것이다.

인간이 예술을 모독하는 순간, 세상은 더욱 타락한다. 금강송을 죽인 문제의 사진작가는 이 땅의 사진작가가 왜 사진을 찍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반면교사이다. 어떤 분야든 철학이 없으면 천박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인문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날이 갈수록 천박하기 때문이다. 사진을 잘 찍는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왜 사진을 찍어야하는 지를 가르쳐야 하지만, 각종 사진 관련 프로그램에는 철학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요즘은 누구나 카메라 성능이 좋아서 좋은 장면을 담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장면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인문정신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인문정신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