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세 명이 집 앞 골목에서 담배를 피운다. 50대 가장이 그들에게 “몸에 해로우니 커서 피우는 게 좋겠다”고 젊잖게 훈계했다. 학생들은 “네가 뭔데 참견이냐”며 마구 때렸다.온 몸에 피멍이 든 채 쓰러졌고, 병원에 옮겨진지 두 달 만에 숨졌다. 목숨과 맞바꾼 훈계다. 또 다른 30대 가장은 가족과 저녁 산책을 나왔다가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을 보고 “담배를 끄라”고 나무란 뒤 머리를 한 대 씩 툭 쳤다. 학생들에게 손찌검을 했으니 폭력 가해자다.

피해자 5명의 학부모 중 3명은 “아이들이 혼날 짓을 했다.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화해가 없었다면 30대 가장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경미한 폭행에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기소유예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부터 폭력 범죄에 대한 벌금이 20년 만에 대폭 강화됐다. “담배 불 좀 빌려 달라”는 학생을 훈계하다가 대들자 화가 나 멱살을 잡고 흔들어 상해 2주 진단이 나왔다면 피해자인 학생이 원인을 제공한 점을 고려해 50만원 미만의 벌금이나 기소유예가 가능하다.

상해 범죄는 누가 원인을 제공했는지에 따라 기본 벌금형에 상해 2주에서 1주가 늘어날 때마다 30만∼100만원씩 가중처벌 받게 된다.

한 해 폭행·협박·상해 같은 폭력 범죄로 처벌받는 사람이 35만명 넘는다고 한다. 합의하거나 초범이라고 봐주는 것까지 따지면 그 몇 갑절은 될 터이다. 학교폭력은 용돈 갈취부터 협박·상해·폭행까지 광범위하다.

강제적 심부름이나 사이버 따돌림도 처벌 대상이다. ‘찐따’(덜 떨어진 남자라는 뜻으로, 왕따와 비슷한 의미) 같은 문자메시지도 폭력 범주에 든다는 판결도 나왔다. 학교폭력은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가 수반되는 행위가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폭력은 경중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거나 기소유예 결정을 한다는데 경중을 어떻게 가릴지 그것이 궁금하다.

멱살 잡고 흔들거나 가슴과 몸을 밀치면 경미한 폭행,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얼굴을 한 두 차례 때리면 보통정도 폭행, 뺨과 얼굴을 수차례 강타하면 엄한 폭행이라고 규정해놓았다.

주먹으로 얼굴을 한 두 차례 때리는 것과 얼굴을 수차례 강타한 것을 어떻게 가리나. 경미한 자동차 접촉 사고도 서로 “네 탓”을 외치며 큰소리치기 마련이고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엇갈리는데 폭력 경중을 가리기까지 시비는 불 보듯 뻔하다.

지하철에서 조용히 하라는 말에 격분해 ‘손으로 때릴 듯한 태도를 보이며’ “남의 일에 왜 참견이냐, 너 나한테 죽고 싶어” 큰 소리로 협박했다면 보통 정도의 협박으로 참작 사유가 없어 벌금 200만원 이상 처벌받는다.

‘손으로 때릴 듯한 태도’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를 따지기 위해 위층으로 갔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 현관문을 발로 차면서 “문을 안 열면 죽인다”고 했다면 협박 내용이 심하고 실행 가능성이 높아 엄한 벌금 300만원 이상 처벌받는다.

협박 내용을 녹음하지 못했거나 현관문이 훼손되지 않아 “안 그랬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밝히나. 법이란 참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