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모래울음을 찾아

모래울음을 찾아

by 운영자 2014.08.04

돈황 명사산鳴沙山에 모여 사는 바람 있다 잔양殘陽이 능선 위로 저미듯 스며들 때
발자국 남기지 않는 길목을 따라 간다
아랫녘은 푹푹 빠져 발목이 다 잠겨도
바람들이 다져놓은 언덕으로 오를수록
단단한 울음의 뼈가 문양으로 드러난다
- 졸시, 「모래울음을 찾아」전문

장마도 끝나고 본격적인 더위와 휴가철이다. 더운 여름철이 되면 동해의 모래해변과 함께 뜨거운 모래사막이 떠오르곤 한다.

중국 실크로드의 길목인 돈황을 다녀온 지도 벌써 20년째다. 돈황을 가기 위해 기차역인 유원역에서 내려 마이크로 버스로 2시간 반 동안 사막을 달려야 했다.

지붕에다 짐을 싣고 밧줄로 묶은 후, 사막을 달리는 마이크로버스. 끝없는 지평선이 가물대며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듯한 뜨거운 땅 위를 먼지를 일으키며 달린다. 공동묘지도 보인다.

조금 흙은 돋우고 십자가를 하나씩 세워놓았을 뿐이다. 우리나라처럼 잔디라도 있다면 덜 삭막해 보였을 텐데…. 저들은 어떠한 삶을 살다 갔을까? 물도 귀한 뜨거운 햇살아래의 사막에서 살다갔을 그들의 삶이 문득 궁금해졌다.

가끔씩 약간의 풀도 보였고, 물이 흐른 흔적은 있지만 물이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막, 열려진 창문으로는 더운 바람이 훅훅 들어오고 햇살은 우리나라의 여름날처럼 따갑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처럼 습하지 않아 땀은 잘 나지 않는다. 똑같은 풍경의 2시간 반을 달린 곳에, 막고굴과 명사산으로 유명한 돈황이 있었다.

돈황에서는 자전거로 사람을 태워다주는 풍경도 있다. 자전거 뒤에 마차처럼 두 사람이 탈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태워다 주고 돈을 받는다. 타보니 햇볕을 가려주는 가리개도 있고 뜨거운 땅 위를 걷지 않아 발이 행복해 했다.

명사산은 저녁이라야 구경할 수 있다. 명사산 입장권은 저녁에만 파는데 그 이유는 낮에는 모래가 뜨거워 모래 위를 걸을 수 없고, 해가 중천을 넘어가고도 한참을 기다려 석양이 가까워 올 무렵에야 사람들이 모래 위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사산은 고운 모래로 유명한, 그야말로 그림에서만 보던 진짜 아름다운 모래산이다. 사람이 모래산 위에서 밑으로 모래를 타고 내려올 때 나는 소리가 무척 아름답다고 하여 명사산鳴沙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한다.

입구에선 입장권을 팔고, 낙타를 타고 모래산의 낮은 부분을 돌게 하려고 많은 낙타가 준비되어 있었으나 기운없어 보이는 그들을 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걸어서 모래 능선을 오르기 시작했다.

순례자처럼 명사산의 능선을 오르는 사람들. 발목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면서 능선까지 오르면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 능선이 나타난다.

발자국을 내기조차 미안한 고운 모래능선은 바람이 만든 무늬가 그대로 나타나 보인다. 밟으면 아래서처럼 푹푹 빠지지도 않고 단단하다.

수많은 모래 바람으로 다져지고 다져져서 그럴 것이다. 곱게 생긴 능선의 곡선은 뉘엿한 석양빛을 받아 더욱 묘하고 아름답다.

우리 삶도 저런 것일까?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삶의 정상에 오르면 저렇게 제 삶의 문양을 드러내며 단단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뜨겁고 힘든 사막 속을 헤쳐가듯 주어진 자신의 삶을 열심히, 착실하게 살다가 보면, 언젠가 단단하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문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길을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