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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신호 (1)

빨간 신호 (1)

by 운영자 2014.08.14

‘연못 속의 잉어’ 키우기가 명물로 소문난 한 사찰이 있었다. 이 사찰에서는 잉어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일을 매우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로 여겼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연못에 잉어를 방류해 두면 며칠이 못 가서 모조리 죽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잉어들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연못에 메기를 넣어 같이 키우면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의 말에 따라 연못에 대형 메기를 넣어 같이 키우게 되었다.

그랬더니 잉어들이 몰라보게 건강해졌고 먹이활동도 왕성해지며 부쩍부쩍 자라갔다. 잉어들은 천적인 메기를 만나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어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천적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방어선도 구축하고 은신처를 만들고 대항할 방법도 마련하는 등 다양한 궁리까지 하더란다.

그러다 보니 금세 배가 고파져서 먹이를 정신없이 먹게 되었고, 당연히 병에 걸리거나 아파할 시간도 없어졌음은 물론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잠재능력이 숨어 있다. 그리고 그 잠재능력은 ‘적절한 긴장감’ 속에서 비로소 힘을 발휘한다.

완전히 포기할 만한 절망도 아니고, 수월하게 이길 수 있는 낙관도 아닌 적절한 긴장상태, 그 상태가 주어지지 않으면 ‘역전 만루 홈런’ 같은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적절한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만 있다면, 설령 능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문제 상황을 가볍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연못 속의 ‘메기’ 같은 자극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각자의 마음속에 ‘메기’를 키우고, 스스로 좋은 의미의 메기가 될 때, 우리가 지향하는 글로벌 일류국가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대형 사고는 기본과 원칙을 지켰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것이 문제다. 절차와 과정은 무시해도 목표만 달성하면 된다는 성장 지상주의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은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안전 매뉴얼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생관, 가치관, 사명감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더 나아가 매뉴얼은 갖추어져 있으나 이를 바르고 엄격하게 실행하는 리더나 지도자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글로벌 일류국가란 기본과 원칙,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고, 더 나아가 공감하는 능력이 생명인 국가이다.

고려대 박길성 교수는 우리 사회에 위험이 도사리고 일상화된 데에는 ‘잘 되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와 ‘위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비겁한 태도’라는 생각, 마지막으로 ‘나는 괜찮겠지’라는 자기 예외주의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주장에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본질에 입각하여 업무를 처리하는 관리자는 융통성이 없는, 그래서 사회 주류에서 도태되어야 할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미래를 위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여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의지를 가진 친구들이 ‘에라! 모르겠다’고 하는 푸념의 소리를 할 때마다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져 감을 누구에게 하소연 할 것인가?

이제라도 기본 질서 지키기와 안전 문제에 대한 성찰적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사는 이 땅, 곳곳에 빨간 신호가 잔뜩 켜져 가고 있다.

그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고 또 건너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처절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겪어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빨간 신호를 무시하고 건너가는 청소년들에게 건너지 말라고 말할 어른도, 그 어른의 말을 듣고 따라할 어린이도 거의 없는 우리의 슬픈 자화상을 어찌할 것인가? 빨간 신호는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구해주는 안전망이고 희망임에도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정보화에 대응한 기능적 교육에만 치중해 왔다. 미래를 살아갈 우리 청소년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하는 것은 백 번 해도 옳다. 그러나 한편으로 기본을 제대로 하는 것, 자신의 직무를 성실히 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창의·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것도 결국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하지 않으면 하루를 지낼 수 없는 기본을 하는 것에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