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돌목의 거친 숨결
울돌목의 거친 숨결
by 운영자 2014.08.18
영화 ‘명량’ 흥행 여파로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었다고 한다.울돌목 서쪽인 진도의 승전광장 일대와 동쪽 해남 전라우수영엔 이순신 장군의 짜릿한 승전 역사를 체험하려는 인파가 몰려 흥행 돌풍은 스크린 밖에서도 거세다.
울돌목을 처음 둘러 본 것은 진도대교가 개통된 1984년 늦가을이었다. 빠른 물길이 좁아진 해협에서 용틀임하듯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다리위에서도 볼 수 있다.
양쪽 해안에 강철교탑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한국 최초의 사장교(斜張橋)로 진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 후 취재차 울돌목을 몇 번 들렀다. 20세기 초까지 지명은 명양(鳴洋)과 명량(鳴梁)을 혼용해 사용했으나 울돌목이라는 우리말이 훨씬 살갑다.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암초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마치 바위가 우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울돌목의 거센 회오리를 이용하여 이순신은 세계 해전사상 유례가 없는 승리를 거둔다. 원균이 이끈 200척의 배가 칠량해전에서 궤멸하자 다급해진 선조는 의금부에 갇혔던 이순신을 다시 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남은 배는 12척, 왜군의 배는 133척. 병력과 배, 무기와 군량 등 역사상 가장 초라한 해군사령관이 된 그에게 두려움은 왜 없었겠는가.
해전 전날 밤 꿈결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고 가르쳐 줬다며 기록으로 남겼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물길을 잘 아는 촌로 한 명과 울돌목에 올라 작전을 세운다.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명량 바다로 나간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부하들을 독려한다. 그 길목이 울돌목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이순신에게 여쭙는다. “아버님의 승리가 (울돌목)회오리 때문입니까.?” “백성들 때문이지.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게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지향점이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와 맞물려 백성 사랑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성들은 이순신의 리더십과 위기돌파 능력을 믿었기에 군량미를 헌납했고 장정들과 승려까지 자원해 병사가 됐다. 피란민들은 명량해전이 벌어진 최전선까지 따라왔다.
이순신이 탄 배가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갈고리로 배를 살려내는 장면으로 의미를 되살렸다.
영화 전반부는 약간 지루했다. 익히 알려진 서사에 독특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울돌목 물살 회오리 영상과 후반부의 해전 전투신이 시각적 흥미 요인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세월호 선장은 배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이순신은 극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줬다.
당쟁을 일삼다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임진왜란 당시나 세월호 진상 규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말로만 민생을 앞세우지 말고 울돌목의 거친 숨결처럼 토해내는 민의(民意)가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주길 바란다.
울돌목을 처음 둘러 본 것은 진도대교가 개통된 1984년 늦가을이었다. 빠른 물길이 좁아진 해협에서 용틀임하듯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다리위에서도 볼 수 있다.
양쪽 해안에 강철교탑을 세우고 강철 케이블로 다리를 묶어 지탱하는 한국 최초의 사장교(斜張橋)로 진도는 더 이상 섬이 아니다.
그 후 취재차 울돌목을 몇 번 들렀다. 20세기 초까지 지명은 명양(鳴洋)과 명량(鳴梁)을 혼용해 사용했으나 울돌목이라는 우리말이 훨씬 살갑다. 바닷물이 소용돌이치며 암초에 부딪혀 내는 소리가 마치 바위가 우는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울돌목의 거센 회오리를 이용하여 이순신은 세계 해전사상 유례가 없는 승리를 거둔다. 원균이 이끈 200척의 배가 칠량해전에서 궤멸하자 다급해진 선조는 의금부에 갇혔던 이순신을 다시 수군통제사로 임명한다.
남은 배는 12척, 왜군의 배는 133척. 병력과 배, 무기와 군량 등 역사상 가장 초라한 해군사령관이 된 그에게 두려움은 왜 없었겠는가.
해전 전날 밤 꿈결에 신인(神人)이 나타나 ‘이렇게 하면 이기고 이렇게 하면 진다’고 가르쳐 줬다며 기록으로 남겼으나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은 물길을 잘 아는 촌로 한 명과 울돌목에 올라 작전을 세운다.
나라와 백성의 운명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명량 바다로 나간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부하들을 독려한다. 그 길목이 울돌목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들은 이순신에게 여쭙는다. “아버님의 승리가 (울돌목)회오리 때문입니까.?” “백성들 때문이지. 백성이 나를 끌어준 게 천행인지, 회오리가 몰아친 것이 천행인지 생각해 보라”는 대사는 이 영화의 지향점이다.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와 맞물려 백성 사랑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성들은 이순신의 리더십과 위기돌파 능력을 믿었기에 군량미를 헌납했고 장정들과 승려까지 자원해 병사가 됐다. 피란민들은 명량해전이 벌어진 최전선까지 따라왔다.
이순신이 탄 배가 소용돌이에 휘말리자 갈고리로 배를 살려내는 장면으로 의미를 되살렸다.
영화 전반부는 약간 지루했다. 익히 알려진 서사에 독특한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울돌목 물살 회오리 영상과 후반부의 해전 전투신이 시각적 흥미 요인이지만,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세월호 선장은 배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이순신은 극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무릅쓰고 지도자의 덕목을 보여줬다.
당쟁을 일삼다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임진왜란 당시나 세월호 진상 규명을 둘러싼 정치권의 정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말로만 민생을 앞세우지 말고 울돌목의 거친 숨결처럼 토해내는 민의(民意)가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