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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각기 다른 얼굴만큼이나…

by 운영자 2014.08.28

친구 서너 명이 돈을 조금씩 모아 돌아가며 타서 쓰는 작은 계모임도 일일이 시간 맞추고 마음 합하는 게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일 년에 한 번 8월 마지막 주말에 있는 인터넷 카페 회원들의 1박2일 MT 준비는 올해도 어렵기 짝이 없습니다.다달이 한 번씩 모여 나이 듦과 노인복지에 대해 공부를 하는 사이니까 서로 낯설지는 않지만, 지시를 주고받는 상하관계도 아니고 형 동생 할 만큼 친밀한 사이 또한 아니어서 일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답사하고 일정 짜기, 장보기, 차량 배차, 회비 수납 등을 대부분 자발적으로 맡긴 하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때 지적을 하거나 잔소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들 성인이고 자기 분야에서는 업무 처리 경험도 많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성격 급한 제가 차마 내색은 못하고 속만 끓이다 보니 해마다 MT 준비할 때면 입술에 물집이 잡히기 일쑤입니다.

함께 묵을 경기도 양평의 펜션 답사는 오래 전에 마쳤으니, MT 한 달 전에 인터넷으로 모든 일정을 공지하고 참가비 납부를 요청합니다.

몇몇은 곧바로 입금 후 신청 댓글을 달거나,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회비를 입금했으니 후원금으로 사용하라는 글을 남겨 놓습니다.

일을 추진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고마운 회원들입니다.

몇 명은 이참에 목소리 듣는다며 제게 전화를 해서 참석 의사를 밝히고 안부를 묻습니다.

그렇지만 참석 확약을 했다는 느긋함 때문인지 인터넷 상으로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으니 회계는 회계대로 답답해하고 저는 저대로 그 사이에 참석 여부가 바뀌지 않았는지 궁금해집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해마다 참석했으니 당연히 참석할 거라 생각해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저 또한 올 거라는 믿음은 있지만 그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갑갑한 제가 먼저 전화를 겁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요즘 제 전화기는 계속 통화 중입니다.

그래도 참가자가 확정되면서 차량 배차도 마쳤고, 전문 강사인 회원이 맡아 진행할 연극놀이 프로그램의 준비사항만 최종적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각기 다른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지만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밤새도록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생각을 하니 준비과정의 고단함은 이미 사라지고 없습니다.

서울은 물론 멀리 부산과 대전에서 남녀 구분 없이 20대부터 60대 후반까지 올 것이고, 엄마를 따라올 유치원생과 젖먹이, 거기다가 홀로 집에 두고 올 수 없어 동행할 강아지 두 마리까지 모이는 MT!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