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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선물의 진화

추석선물의 진화

by 운영자 2014.09.05

올해 추석은 38년 만에 가장 빠른 ‘여름 추석’이다.추석이 빨라도 명절 분위기는 선물을 준비하는 손길에서 살아난다.

선물도 계층 간 차별이 뚜렷하다. 최상위 계층을 겨냥한 초고가 선물은 위스키 선물세트가 3300만원, 와인세트는 4000만원이라니 입이 딱 벌어진다.

한우 갈비세트도 80∼90만원 안팍이다.

서민들을 겨냥한 9,900원짜리 치약, 샴푸, 비누 세트와 1만∼3만원대 저가형 생활용품 세트가 인사치례 선물이니 비교하기조차 껄끄럽다.

추석을 앞두고 한 대형백화점은 ‘추석선물 변천사’ 전시회를 열어 추석의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또 다른 백화점은 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약 60년 동안의 명절 선물 변화상을 소개해 눈길을 끈다.

50년대에는 상품보다는 쌀, 계란 등 농수산물을 주고받았다. 변변한 명절 선물이 없었던 이유는 6.25전쟁 이후 폐허 복구에 매달리면서 굶주림에 시달리던 때라 시대를 대표할만한 선물 대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농수산물을 직접 주고받았다.

이웃과 친척끼리 달걀꾸러미, 토종닭 한 마리로 정을 나눴다.

60년대는 설탕이 인기상품으로 통했다. 설탕은 혀끝을 녹이듯 감칠맛이 나지만 서민들은 사카린으로 음식의 단맛을 냈다. 설탕과 함께 밀가루와 조미료 삼백(三白)식품은 귀한 선물이었다.

60년대 후반 백화점 세일광고가 첫선을 보였고, 선물 카탈로그가 신문광고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에 선물문화가 싹트기 시작했다.

70년대는 식용유, 치약, 커피 선물세트, 어린이종합선물세트가 최고의 선물로 각광받았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생활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다. 먹을거리나 가공 식품에서 양산, 여성 속옷, 스타킹 등 경공업제품이 인기선물로 떠올랐다.

산업화의 상징인 TV와 전기밥솥 같은 가전제품도 인기 품목이었으나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다방과 커피문화가 확산되면서 커피세트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초콜릿과 비스킷 등 시골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렵던 다양한 과자를 골고루 넣은 어린이종합선물세트는 포장만 봐도 절로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1975년 어린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어린이 선물은 날개를 달았다.

그 뒤 과대포장, 어린이날 상혼 논란, 불량 장남감이 불거지면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80년대는 넥타이와 양말세트 등 치레용 잡화와 함께 정육세트와 고급 과일 등 3000여 종으로 늘어나며 추석선물의 고급화·다양화 시대를 열었다. 90년대에는 꿀과 인삼 등 건강식품이 강세를 보였다.

상품권의 등장으로 선물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이후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고급 와인이나 골프채, 헬스기구는 뇌물성 선물이 됐다.

올해는 상품권이 추석선물 1위라고 한다. 상품권 시장은 최근 3년 동안 해마다 30%씩 급성장하면서 1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품권의 발행량도 지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모바일 상품권까지 가세하면 상품권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추석선물이 시대에 따라 바뀌어도 풍성한 한가위를 바라는 선물에 담긴 정은 한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