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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나 나은 사람

어제 보나 나은 사람

by 운영자 2014.09.10

첫 번째 글이 실린 것이 2010년 7월 12일이었으니 그 사이 4년이 흘렀고 연재를 마무리하는 이 글이 123회째 원고입니다.고등학생이던 두 딸은 지금 대학 4학년과 2학년이고, 저는 오십 대 중반이 되었지만 솔직히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지 않습니다.

이래서 어르신들이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언제나 청춘이라고 하시는 모양입니다.

멀리 캐나다로 떠나 연락이 끊겼던 친구가 한국 식품점에서 여느 때처럼 습관적으로 신문을 집어 들었다가 제 사진과 글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수소문을 해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고, 14년 째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모임을 소개한 글을 썼을 때는 카페 가입을 묻는 메일을 여러 통 받았습니다.

마감일이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머리를 싸매곤 하지만 아마도 이런 것이 글쓰기의 큰 즐거움일 것입니다.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제 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기쁘고 좋은 일 못지않게 화가 났거나 상처를 받아 속상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적도 많았는데, 그 역시 단순한 하소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통해 제 자신을 돌아보고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결심의 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23년 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저를 더 넉넉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고, 연년생 딸 둘을 낳아 기르고 있는 것이 여러 모로 저를 철들게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전공과 직업을 완전히 바꾸어 노인복지 현장에서 일한지 20년 넘는 세월 또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것보다 저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이 되었든 어떤 선택이건 그 결과로 어제 보다 나은 사람이 된다면 바로 그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나이 듦도 마찬가지여서 오늘이, 등 뒤에 쌓여있는 지나간 시간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을 수 있다면 꽤 괜찮은 인생일 겁니다.

나이 듦이 주는 그런 희망조차 없다면 우리의 나이 듦이란 얼마나 무가치하며 의미 없는 일이겠습니까.

4년 전 교차로신문에 글을 쓰기 전보다 연재를 마치는 지금의 제가 조금 더 성숙하고 나은 사람이 되어있다면 좋겠습니다.

성숙하고 품성이 넉넉한 사람, 깨끗하고 착한 얼굴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동안 관심 갖고 읽어주신 독자들이 계셨기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 노력만으로도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리라 애써 믿어봅니다. 앞으로도 ‘어제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