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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의 BMW 장수법

송해의 BMW 장수법

by 운영자 2014.09.11

일요일 한낮에 텔레비전을 켜면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방송이 하나 있다. 바로 <전국 노래자랑>이다.우리나라 방방곡곡 장소를 옮겨 다니며 지역민들의 노래 솜씨를 겨루면서 풍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노래 실력이 좋으면 끝까지 부를 수 있지만 시원찮을 때는 여지없이 ‘땡!’ 하는 종소리가 울리는데, 이때 열없게 물러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이 <전국 노래자랑>은 우리나라 최장수 프로그램으로 1980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껏 35년간이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의 사회자 송해 아저씨가 30년 동안이나 진행을 맡아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탈하고 수더분하면서 익살스러운 아저씨의 모습이 서민층의 정서와 잘 맞는 모양이다. 아저씨는 세계 최장수 엠시(MC)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저씨의 나이이다. 1925년생, 아흔 살! 다른 사람 같으면 병원이나 요양원에 누워 있을 나이인데, 아직도 정정한 모습으로 출연자들과 재담을 나누고 춤도 추며 시청자를 즐겁게 하고 있다.

“선생님의 장수 비결은 무엇입니까?”

언젠가 방송에 출연했을 때 진행자가 물었다.

“특별한 게 없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 그리고 BMW하는 거예요.”

그는 밤 10시가 되기 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5~6시에 일어나며, 아침식사는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가 건강의 기초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BMW가 무엇인가? BMW는 독일의 자동차 브랜드인데, 그 차를 타고 다닌다는 말인가? 의문은 곧 풀렸다. B는 버스(Bus), M은 지하철(Metro), W는 걷기(Walk)의 머리글자라고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걸어 다닌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에 무척 공감이 갔다.

송해 아저씨의 BMW는 결국 다리를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주 서있다 보면 다리가 튼튼해진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계단을 많이 오르내리기 때문에 자연히 다리의 힘이 길러진다. 자주 걸어서 하체를 단련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는 결론이다.

요즘 사람들은 워낙 자동차를 많이 타다보니 걷는 기회가 드물다.

사람의 신체는 본디 걸어 다니도록 구조화되어 있는데, 기계문명 때문에 걷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아침저녁 자동차로 출퇴근을 하고, 직장에서는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집에 오면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언제 걸을 틈이 있겠는가. 현대인이 앓고 있는 각종 질병은 운동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많이 걸을 것을 권하고 있다. 요즘 지역마다 올레길이니 둘레길이니 하며 산책로가 개발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내가 사는 동네도 ‘웰빙로’라는 곳이 있어서 저녁이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나와서 걷기에 열중하고 있다.

따져보면 걷기란 참 부담 없는 운동이다. 무엇보다 돈이 들지 않는다. 운동기구도 필요 없고 별도의 시설이 없어도 된다. 그냥 어디로든 발만 내딛으면 된다.

일정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승패를 따지지도 않는다. 힘도 많이 들지 않고, 위험 요소도 없다.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 만큼 언제든지 자기 체력에 맞출 수 있다.

또한 걷기는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숲 그늘을 거닐 때 느낌이 어떤가. 상쾌한 기분에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 걷기는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촉진시켜 심리적 긴장과 장애를 풀어준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걷다보면 기분 전환도 되고 정신 치유도 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이 어디 있는가?

송해 아저씨는 아예 승용차가 없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차를 안 샀겠는가. 그만큼 걷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철저한 자기관리가 건강의 밑바탕이다.

아저씨는 최근 어느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 자리를 노리는 후배들이 많아요. 유재석과 엄용수와 이상벽이 줄을 서고 있거든. 이상벽이 언제쯤 물려주겠냐고 묻기에 50년 후에나 물려주겠다고 했지.”

농담 삼아 하는 말이겠지만, 이렇게 호기를 부리는 것도 건강에 자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연 송해 아저씨가 언제까지 일요일 한낮을 책임지며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줄지 지켜볼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