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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소리가 사라지는 나라

기쁜 소리가 사라지는 나라

by 운영자 2014.09.19

갓난아이 우는 소리, 다듬이 소리, 글 읽는 소리 세 가지를 기쁜 소리(삼희성·三喜聲)라고 했다.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리며 태어나는 갓난아이의 울음소리는 가정의 축복이다.아이가 태어나면 잡귀와 부정을 물리친다며 대문에 금줄을 쳤다. 이웃은 삼칠(21일)동안 출입을 삼갔다.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새끼줄에 붉은 고추와 숯과 한지를, 여자아이는 솔잎과 숯을 꽂았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금줄 보기가 드물다. 며느리나 딸과 마주앉아 두들기는 다듬이소리는 경쾌한 리듬이다.

노동과 소리의 절묘한 조화는 현대판 ‘난타’다. 담장 너머로 들려오던 중저음의 한문 읽는 소리도 아득하게 멀어졌다.

갓난아이 우는 소리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는 초저출산국이 됐다. 1명의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1.19명으로 세계 224개국 중 219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아이를 제일 낳지 않는 ‘출산 파업’ 나라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되면 5000만 인구가 122년 뒤인 2136년에는 1000만명으로 줄고, 2750년이면 인구 자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도 나왔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자체 개발한 시뮬레이터 ‘수요예측 모형(NARS 21)’을 통해 추계한 결과다.

이 보다 앞서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대한민국은 저출산이 심각해 인구가 소멸되는 지구상의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면서 결혼 시기가 늦어지고, 육아 부담이 만만찮아 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된 탓이다.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하는 소위 ‘삼포 세대’라는 말까지 생긴 세태와도 무관치 않다.

가뜩이나 저출산의 골은 깊은데 난임부부가 20만쌍 넘는 것으로 드러나 인구 증가의 또 다른 걸림돌이다.

여당의 한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난임진단자가 20만1000명으로 2009년보다 2만4000명 늘었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43만6500명에 불과한데 그 절반에 가까운 20여만쌍이 난임부부라니 안타깝다.

해마다 난임부부가 늘어나는 원인은 35세 이상 가임여성의 난소기능 저하 등으로 자연임신이 어렵고, 남성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잦은 음주, 흡연, 환경적 요인으로 정자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성의 난임은 4년 전에 비해 50% 증가했다니 아이를 못 낳으면 며느리 탓만 하던 시대와 사뭇 다른 양상이다.

아기를 갖고 싶어도 난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를 위한 지원사업 확대가 절실하다. 난임부부가 인공으로 임신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현재 보건당국이 체외수정 1회당 180만원 씩 최대 6회, 인공수정 1회당 50만원 씩 최대 3회 지원하고 있으나 인공수정 임신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지원 대상도 전국 가구 월 평균 소득의 150% 이하(3인 가구 기준 642만2000원)에서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난임부부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제도적 정착 등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