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by 운영자 2014.09.24
어제 저녁엔 맘껏 호사를 누렸습니다.그래요, 호사라면 그런 것이 제게 호사지요.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을 갖습니다.
우리말을 배우고, 동양의 고전 한 토막을 나누고, 동화 한 편을 읽고, 그리고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 이는 생텍쥐페리였던가요, 분주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함께 우물 하나를 파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달에 정한 책은 조조 모예스가 쓴 <미 비포 유>라는 책입니다. 작가는 책의 제목인 의 의미에 대해 ‘Who I was before I met you’라 설명을 했다 하더군요.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라는 뜻이 될 터인데, 책을 읽어보면 ‘당신을 만난 후의 나’를 의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주인공인 루이자와 윌은 서로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책의 분량이 550여 페이지에 달하니 만만한 분량이 아니지요. 책을 읽기도 전에 두께에 질릴 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막상 읽기를 시작하면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에 푹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요. 결국은 책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짬짬이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주한 일과 중 시간이 가능한 때를 골라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틈틈이 읽으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 등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트를 꺼내 책속에서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그의 이름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적어 놓고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싶을 때마다 확인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마침내 책의 끝 무렵에 이르러 80여 페이지 정도가 남게 되었습니다.
이젠 글의 흐름도,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관계도 익숙해졌지요. 독서모임을 하루 앞둔 날인지라 퇴근을 하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마저 읽기로 하였지요.
그냥 책만 읽은 것은 아닙니다. 커피를 끓여 마시며 부르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찾아 들었습니다. 한껏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듣는 일은 참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가을 저녁 시간은 물론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땅거미가 깔려들고, 책을 덮을 때쯤엔 두 눈이 젖고, 다만 무난하게, 별 탈 없이, 별 문제없이, 유별난 오점을 남기지 않고, 그냥저냥, 어정쩡하게, 결국은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병이었구나, 아픈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땅거미가 깔려드는 시간까지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 삶을 그 이전과 이후로 가를 만한 사람은 누굴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걸음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말을 배우고, 동양의 고전 한 토막을 나누고, 동화 한 편을 읽고, 그리고는 미리 정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사막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라 말한 이는 생텍쥐페리였던가요, 분주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도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함께 우물 하나를 파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달에 정한 책은 조조 모예스가 쓴 <미 비포 유>라는 책입니다. 작가는 책의 제목인 의 의미에 대해 ‘Who I was before I met you’라 설명을 했다 하더군요.
‘당신을 만나기 전의 나’라는 뜻이 될 터인데, 책을 읽어보면 ‘당신을 만난 후의 나’를 의미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주인공인 루이자와 윌은 서로를 만나기 전과 후의 삶이 너무나도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책의 분량이 550여 페이지에 달하니 만만한 분량이 아니지요. 책을 읽기도 전에 두께에 질릴 이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막상 읽기를 시작하면 한 편의 감동적인 영화에 푹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지만요. 결국은 책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짬짬이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분주한 일과 중 시간이 가능한 때를 골라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책을 틈틈이 읽으면 한 가지 문제가 생기는데, 책 속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과 관계 등을 놓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트를 꺼내 책속에서 인물들이 나올 때마다 그의 이름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등을 적어 놓고 이 사람이 누구였더라 싶을 때마다 확인을 하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마침내 책의 끝 무렵에 이르러 80여 페이지 정도가 남게 되었습니다.
이젠 글의 흐름도,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관계도 익숙해졌지요. 독서모임을 하루 앞둔 날인지라 퇴근을 하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책을 마저 읽기로 하였지요.
그냥 책만 읽은 것은 아닙니다. 커피를 끓여 마시며 부르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찾아 들었습니다. 한껏 볼륨을 높이고 음악을 듣는 일은 참 오랜만의 일이었습니다. 가을 저녁 시간은 물론 책의 내용과도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땅거미가 깔려들고, 책을 덮을 때쯤엔 두 눈이 젖고, 다만 무난하게, 별 탈 없이, 별 문제없이, 유별난 오점을 남기지 않고, 그냥저냥, 어정쩡하게, 결국은 마음을 다해 사랑하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깊은 병이었구나, 아픈 마음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땅거미가 깔려드는 시간까지 공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소리를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내 삶을 그 이전과 이후로 가를 만한 사람은 누굴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걸음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