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통질서 선진국가로 가는 길

교통질서 선진국가로 가는 길

by 운영자 2014.09.25

세월호 참사 후 인천항 연안여객선을 타는 승객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이런 결과는 승객들 생각 속에 배를 타지 말아야지 그 정도 위험한 줄은 몰랐다는 자신의 평가 잣대가 잠시 작동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배를 타지 않으면 안전한 것이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또 삶이 그렇게 위축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직장인들이 매일 아침저녁으로 타고 다니는 승용차는 어느 정도 안전할까? 통계에 의하면 교통사고로 한 해 5000명 이상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매달 400명 이상 탄 세월호가 침몰하는 충격적인 수치와 같다.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이.

도저히 안타고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자동차이다. 자동차는 우리가 매일 타야하는 세월호와 같은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지금도 침몰되어 이 세상과 이별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 사망률은 상위권이다.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2011년)는 OECD 회원국 평균이 6.8명인데, 대한민국은 무려 10.5명이란다. 폴란드(11.0명) 다음으로 가장 높다.

자료를 제출한 OECD 33개 회원국 중 2위이다. 그에 반해 33위인 영국은 3.1명에 불과하다. 정말이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한 기업인이 주위에 운전을 업으로 하는 지인 몇 명에게 물어봤다.

“5만 원짜리 교통위반 스티커를 만약 유럽처럼 20만 원, 30만 원으로 올리면 받아들일 수 있겠나?”

선뜻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더란다. 물론 망설이는 사람도 있고, 싫다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그럼 전국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날 걸?”하고 받아치는 사람도 있을 거란다.

다시 물었다. “만약 30만 원짜리 교통위반 스티커를 받았다고 하자. 그럼 다시 위반할 것 같은가?” 열에 아홉은 “아니, 다시는 안 할 것 같다”고 대답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거둬들인 교통범칙금을 교통안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쓰면 어떻겠나?” 그건 다들 수긍을 하더란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모두 다들 말하고 있는 것이 “이젠 바꿔야 한다” “국가를 개조해야 한다”였다.

그래서 어느 정도 달라질 줄 알았다. 출근길 운전 풍경이 바뀔 줄 알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 앞에서, 교차로 앞에서 앞 다퉈 변할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서로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며 매뉴얼을 지킬 줄 알았다. 세월호 희생자들이 우리에게 준 경고였는데 우리는 이 경고를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고인들의 영전 앞에 고개를 숙이는 것도 애도이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진정한 애도가 아닌가!

안전은 정부엔 규제이고, 기업엔 비용이며, 국민에겐 습관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들의 몸에 밴 관행을 바꾸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는 우리가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의 결과 그 자체다”라고 했다.

평생 안전을 위한 비용과 시간 따위는 무시하고 살아온 한국인의 습관이 쉽게 달라질지 의문스럽다.

그리고 국가 개조는 맨입으로 되지 않는다. 나는 가만히 있고, 국가가 바뀌기를 원한다. 대통령만이 앞장서서 국가 개조를 추진하는 방식으로는 국가가 바뀌지 않을 것 같다. 국민 각자가 자기 몫을 감당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을 바꾸든지, 아니면 엄격한 매뉴얼과 규제를 받아들이는 선택만이 남아 있다.

그에 따른 불편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위 따로, 아래 따로 놀아서는 절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낼 수 없다.

세월호 같은 참사의 되풀이를 막을 수 없다. 사상가인 함석헌 선생은 수십 년 전, 민족의 참극인 6·25전쟁을 겪고도 각성하지 못한 채 비틀거리고 있는 사회를 향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절규한 바 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기본이다. 우선 나부터, 나의 주변 직장부터 살필 일이다. 내가 서 있는 자리부터 잘 지키고 있는지 살피고 반성할 일이다.

혹시 나도 참사를 일으킨 그들과 같은 사람은 아닌지 진정성을 갖고 물어야 한다.

그리고 나부터 정말 품격 높은 교통질서를 지켜 선진국가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운전대를 잡는다면 지금보다는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