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영혼의 정전’ 치매, 예방이 최선

‘영혼의 정전’ 치매, 예방이 최선

by 운영자 2014.09.26

“할머니 한 분이 보따리 두개를 들고 거리를 헤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할머니를 파출소로 모시고 왔다. “우리 딸이 애를 낳고 병원에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수소문 끝에 딸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 안내했다. 보따리 속에서 미역국, 쌀밥, 나물반찬과 이불이 나왔다.

딸에게 “어서 무라(어서 먹어라)”했고, 딸은 엄마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병원은 눈물바다가 됐다.

최근 부산의 ‘치매 할머니’가 ‘막힌 기억의 회로’에서 딸의 출산을 기억해낸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치매도 모성애를 이길 수 없나봐요”, “어머니, 참으로 위대하신 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나라 치매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평균 수명이 늘고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 복합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지난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와 함께 지정한 ‘치매극복의 날’이다.

1995년 가족과 사회가 치매환자의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치매가 두려운 것은 까마득히 멀어져간 기억 앞에 혈연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절망감이다. 어느 시인은 노모가 치매에 걸리자 ‘영혼의 정전(停電)’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가족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평균 생존기간도 암환자의 평균 2년 보다 6배 길다보니 형제자매간에도 ‘간병’을 둘러싸고 갈등과 불화가 싹튼다. 치매 노인을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려고 해도 불효소리 들을 까봐 꺼리게 되는 게 우리사회의 인식이다.

대부분의 치매는 한순간에 기억력과 판단력을 잃지 않는다.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평소 성격이나 생활습관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이상 증세가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새로운 ‘치매예방 수칙 3·3·3’을 발표했다.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즐기고(3勸), 세 가지를 참으며(3禁), 세 가지를 반드시 챙기라고(3行) 권고한다. ①일주일에 3번 이상 걷기 ②부지런히 책·신문을 읽고 글쓰기 ③생선과 채소 골고루 먹기 세 가지를 권한다. ①술 적게 마시기(한 번 마실 때 3잔 이하) ②담배 피지 않기 ③머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기가 세 가지 금기사항이다. ①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하고 ②가족·친구와 자주 연락하고 단체 활동하며 ③매년 치매 조기검진을 챙기면 피해갈 수 있다고 한다.

격한 운동을 할 수 없는 노인들이 매일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운동법도 만들었다. ‘국가치매관리위원회’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다운 받을 수 있다.

치매학회에서도 일명 ‘치매예방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수칙을 내놨다. ‘진’땀나게 운동하라, ‘인’정사정 없이 담배 끊어라,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라, ‘대’뇌 활동을 활발히 하라,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마라. ‘명’을 연장하는 등 푸른 생선과 채소 견과류 등을 먹어라. 정부 수칙과 엇비슷하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으려면 예방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