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의 시, 발명의 시
발견의 시, 발명의 시
by 운영자 2015.01.09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지만 신춘문예 당선 시와 마주하면 설렌다. 설원에 부서지는 아침 햇살처럼 눈부시고 청솔에 핀 눈꽃처럼 명징하다.개성이 톡톡 튈수록 참신하고, 언어를 다루는 밀도가 촘촘할수록 감흥을 준다.
한국일보가 두 신인을 동시에 등단시킨 게 두드러진다. ‘현대시는 발견과 발명 사이에 서식한다’고 전제, ‘발견이 낯익은 대상에서 낯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발명은 대상과 무관하게 낯선 의미를 빚어내는 과정’이라며 심사평자(황지우·이명재)는 대척점에 있는 두 작품을 추천했다.
‘밤새 발 밑에는 좁은 사막이 쌓였어요/새벽은 불투명하게 돌아왔고/매일매일 더 늙은 모습으로/우리는 입이 말라 버린 나무/조금씩 빠르게 허물어지는 어둠처럼/우리는 잎이 진 사람/침묵을 정확하게 발음해 보세요//턱 끝까지 숨이 막힐 만큼/우리가 창문이 없는 방이었을 때/내일을 열어 볼 수는 없었어요/우리가 방에서 갈라져 나온 뒤에/우리는 식탁의 높이에 맞춰 앉았어요’<후략>
윤종욱의 ‘방의 전개’를 발견의 시로 추천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방 안에는 고립된 나의 세계와 자립하려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면서 스스로 자립하려는 세계에게 목을 건다고 밝혔다.
‘연속사방무늬 물이 부서져 날리고/구름은 재난을 다시 배운다/가스검침원이 밸브에 비누거품을 묻힌다/바닥을 밟는 게 너무 싫습니다/구름이 토한 것 같습니다/낮이/맨발로 흰색 슬리퍼를 끌면서 지나가고//뱀이 정수리부터 허물을 벗는다/구름은 발가락을 다 잘라냈을 겁니다/전쟁은 전쟁인거죠/그는 무너진 방설림 근처에 하숙하고/우리 집의 겨울을 측량하고 다른 집으로 간다’<후략>
김복희의 ‘백지의 척후병’은 발명의 시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자취방에 혼자 있다가 가스 검침원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떨었던 기억을 배경으로 공포에 떨게 만든 이 사회는 도대체 뭔가라는 의문으로 시를 통해 세계와 계속 맞닥뜨리고 싶다고 했다.
평자는 ‘발견은 소통 가능성(서정시), 발명은 소통 불가능성(비서정시)과 직결된다’며 ‘색깔 다른 두 신인이 서로의 장점을 배워 시의 풍요로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시를 발명의 시와 발견의 시로 분류해보면,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는 ‘어머니의 계절’(최영랑 문화일보)과 대학 재학 중으로 올해 당선자 중 가장 젊은 박예신(매일신문)의 ‘새벽 낚시’ 는 해맑고 풋풋한 정감이 묻어나는 서정성 짙은 발견의 시다.
앞면 측면 얼굴, 경계선 바닥, 방향성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면’이란 단어를 활용하여 삶의 다양성을 성찰한 ‘면(面)’(정현우 조선일보)과 ‘아름다운 지진’ ‘산이 침을 삼킨다’ 등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섬광처럼 빛나는 ‘선수들’(김관용 경향신문)은 발명의 시로 읽힌다.
수사만 화려하거나 체화하지 못한 관념의 시, 구체성이 모호해지면 시 읽기는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세상과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가 생명력을 지니게 마련이다.
한국일보가 두 신인을 동시에 등단시킨 게 두드러진다. ‘현대시는 발견과 발명 사이에 서식한다’고 전제, ‘발견이 낯익은 대상에서 낯선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이라면, 발명은 대상과 무관하게 낯선 의미를 빚어내는 과정’이라며 심사평자(황지우·이명재)는 대척점에 있는 두 작품을 추천했다.
‘밤새 발 밑에는 좁은 사막이 쌓였어요/새벽은 불투명하게 돌아왔고/매일매일 더 늙은 모습으로/우리는 입이 말라 버린 나무/조금씩 빠르게 허물어지는 어둠처럼/우리는 잎이 진 사람/침묵을 정확하게 발음해 보세요//턱 끝까지 숨이 막힐 만큼/우리가 창문이 없는 방이었을 때/내일을 열어 볼 수는 없었어요/우리가 방에서 갈라져 나온 뒤에/우리는 식탁의 높이에 맞춰 앉았어요’<후략>
윤종욱의 ‘방의 전개’를 발견의 시로 추천했다. 그는 당선소감에서 방 안에는 고립된 나의 세계와 자립하려는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면서 스스로 자립하려는 세계에게 목을 건다고 밝혔다.
‘연속사방무늬 물이 부서져 날리고/구름은 재난을 다시 배운다/가스검침원이 밸브에 비누거품을 묻힌다/바닥을 밟는 게 너무 싫습니다/구름이 토한 것 같습니다/낮이/맨발로 흰색 슬리퍼를 끌면서 지나가고//뱀이 정수리부터 허물을 벗는다/구름은 발가락을 다 잘라냈을 겁니다/전쟁은 전쟁인거죠/그는 무너진 방설림 근처에 하숙하고/우리 집의 겨울을 측량하고 다른 집으로 간다’<후략>
김복희의 ‘백지의 척후병’은 발명의 시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자취방에 혼자 있다가 가스 검침원의 문 두드리는 소리에 떨었던 기억을 배경으로 공포에 떨게 만든 이 사회는 도대체 뭔가라는 의문으로 시를 통해 세계와 계속 맞닥뜨리고 싶다고 했다.
평자는 ‘발견은 소통 가능성(서정시), 발명은 소통 불가능성(비서정시)과 직결된다’며 ‘색깔 다른 두 신인이 서로의 장점을 배워 시의 풍요로움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올해 신춘문예 당선 시를 발명의 시와 발견의 시로 분류해보면, ‘빈집의 계절만이 서성거린다’는 ‘어머니의 계절’(최영랑 문화일보)과 대학 재학 중으로 올해 당선자 중 가장 젊은 박예신(매일신문)의 ‘새벽 낚시’ 는 해맑고 풋풋한 정감이 묻어나는 서정성 짙은 발견의 시다.
앞면 측면 얼굴, 경계선 바닥, 방향성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면’이란 단어를 활용하여 삶의 다양성을 성찰한 ‘면(面)’(정현우 조선일보)과 ‘아름다운 지진’ ‘산이 침을 삼킨다’ 등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섬광처럼 빛나는 ‘선수들’(김관용 경향신문)은 발명의 시로 읽힌다.
수사만 화려하거나 체화하지 못한 관념의 시, 구체성이 모호해지면 시 읽기는 소통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세상과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가 생명력을 지니게 마련이다.